
사실 포스터도 마음에 안들고... 저 후진 자세와 면상을 보라.. 아~~~
아는 배우도 하나 없고 독립영화쪽으로는 관심도 없었으니까 별로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하고 대체적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반응들이 보기드물게 좋길래 그럼 한번 봐볼까 하는 그런 기분으로 봤다. 난 문화인이니까... ㅋㅋㅋ
처음부터 다이렉트로 보기 거북한 장면이 나왔다. 길거리에서 여자를 패는 무식한 남초가 등장하고...등록금 인상에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향해 쌍욕을 하며 무식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우리의 자랑스런 주인공.... 메스껍고 불쾌한 기분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인간이 혐오하는 것을 맞닥뜨렸을 때 나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능같은 거였다. 어둡고 습한 동굴같은 곳에 갇혀 있는 것만 같은 불쾌함과 갑갑함. 막연한 공포와 무력감. 언제든 터져나올 것 같은 히스테리...(난 섬세하고 예민한 여자니깐...ㅎ)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걸음을 한 발 한 발 떼듯이 견딘다는 느낌으로 영화를 계속 봤다.
그런데 막나가는 이 자랑스런 주인공이 감옥에서 출소한 늙은 아버지에게 돈을 던지고 쌍욕을 하고 발로 차고 폭력을 마구 행사하는 장면에서 이건 뭐.. 영화를 계속 봐야하나 생각까지 들었다. 나도 남들에게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이지만 뭐라 남에게 충고할 만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지만 뭐 이런 #^$#같은 !$#ㅉ%가 다있나 싶은지... 하지만 그때부턴 영화를 오기로라도 끝까지 봐야했다. 이 미친새끼가 어쩌다가 이렇게 미쳤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에... 그리고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해졌다.
우리의 사랑스런 주인공은 그 뒤에도 계속 변함없이 애드립에 90%를 차지하는 쌍욕을 내뱉으며 천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사채업 끄나풀로서 더할나위 없는 맹활약을 펼치며 떵떵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다 가끔씩 아버지를 찾아가서 행패를 부리는건 옵션이고...
그러다 길에서 어쩌다 마주친 -역시 팔자 꼬락서니가 더럽게 꼬인- 귀여운 고삐리 여주를 만나 나름 알콩달콩 데이트같은 것도 한다. 그 쯤 관객들에게 사채업자 일당주듯 내밀어진 우리 주인공이 왜 그렇게 됐나에 관한 감독의 썰~
어린 여동생의 울음소리. 엄마를 인정사정없이 패는 아버지.. 울부짖는 엄마. 어딘가를 향한 분노의 눈빛으로 무릎을 그러모아 앉은 채 씩씩거리고 있는 어린 시절의 주인공. 그러다 급기야 주방에서 칼을 들고 엄마를 향해 가는 아버지를 말리던 어린 여동생이 엄마 대신 칼에 찔려 쓰러지고.. 어린 주인공은 동생을 업고 병원으로 뛰어가지만 이미 죽은 상태였다는 의사의 말. 그리고 따라 뛰어나오던 엄마는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죽고... 그 뒤로 허망한 눈빛의 아버지... 뭐 이만하면 나보다 불행한 사람있으면 나와봐 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할만한 슈퍼매머드급 과거사였다.
과거사를 알고나니 이 &%#^같은 우리의 주인공이 왜 그렇게 삐뚤어졌는지 대충 예상이 되고 그래도 니가 주인공인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서야 되겠냐 하는 걱정도 되기 시작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우리 가련한 남초 주인공은 배다른 누나를 그래도 핏줄이라고 찾아가서 받기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돈도 쥐어주고 조카에게 과자도 사주고 플스도 사주는 등 나름 완전 미친놈은 아니다라는 것도 보여주면서... 약간의 희망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의 여주는 베트남전쟁 갔다와서 정신이 이상해진 아버지와 그 놈의 망할 가난 때문인지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인지 싸가지라고는 개미 발톱만큼도 없는 남동생과 살아간다. 여주는 엄마가 길거리 포장마차를 하다 철거반에 의해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는 걸 그대로 지켜만 봐야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거기다 어쩌다 길에서 만난 놈은 쌩양아치 건달. 아무튼 그런 놈이라도 남주인공인지라 그럭저럭 친구를 먹기로 하고 고삐리임에도 같이 술도 먹으러 다니고 그의 조카랑 같이 놀아주기도 하는둥 상냥한 여자친구 포스를 보여준다. 하지만 싸가지는 없지만 어쨌든 동생인 녀석이 그 양아치 건달 밑으로 들어가 사채업 깡패수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불쌍한 여주.
원래 친절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시작하고 1초만에 알았던 똑똑한 문화인인ㅋㅋ 나는 이렇게 상냥하게 영화가 끝나지 않을거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 사건이 터진다.
또 술쳐먹고 길에서 멀쩡한 남자를 두들켜 패고 두번째 옵션으로 아버지를 찾아가는 놈을 보며 이제 고마해라~ 라는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한편 니 가슴에 분노와 상처가 오죽이나 크면 그렇게 아버지를 때리고 비난하고 온갖 욕이란 욕은 다 퍼부어야지만 성이 차나 싶어 안타깝기도 하고.. 점점 지켜보는 관객의 한 사람인 나도 복잡하고 슬픈 기분이 되었다.
씩씩하고 거침없는 걸음걸이로 우리의 주인공은 허름한 아버지의 집문을 박차고 들어가는데... 어두운 방안에 눌러붙듯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살펴보고 있는 사람은 죽은 엄마와 여동생.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가까이 다가가 본 아버지는 손목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마치 그 언젠가 어렸을 때의 그 날 처럼 아버지를 엎고 죽지마 죽지마를 외치며 병원으로 뛰어 간다. 이 장면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그렇게 죽어라 괴롭히던 아버지가 정작 죽으려고 하니까 필사적으로 살리려고 뛰어가는 그 처절한 모습을... 내가 아들이니까 내 피 다 뽑아서 쓰라고 의사에게 싸가지 없이 외치는 그 놈을 보니... 아~ ㅆㅂ 여기서부터 뭔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뭉글뭉글 슬픔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뭐 이런 드럽고 치사하고 억울하고 지랄맞은 인생사가 있나 싶어서... 그게 참... 슬펐다. 똥파리만도 못한 어떤 사람의 인생이.. 그럼에도 살아가야하는 이 이상한 세상이 이해가 안되서 슬펐다.
한편 상냥하지만 못지않게 이빨도 잘까고 포스가 있는 우리 여주인공은 미친 아버지의 칼을 피해 방안에서 울고 있었다. 그날 밤, 그 양아치 건달이 모처럼 술을 먹자고 전화가 오고 이때다! 싶어 술을 먹으러 나가는데 너같은 양아치가 불쌍해 마지못해 나가주신다는 당당한 그녀의 자세가 아름다웠다. 역시 여자는 좀 튕겨줘야 한다. ㅎㅎ 아무튼...
한강에서 이미 맥주를 마시고 계시던 남자주인공과 여주는 몇마디 싱거운 대화를 나누고... 몇번 튕기던 여자의 무릎을 베고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거냐고 묻던 양아치는 한 쪽 팔로 눈을 가린 채 마초역사상 역대 최고로 서글프고 서러운 눈물을 토해낸다. 어린애처럼, 마치 내가 알던 양아치가 아닌 것처럼 엉엉~ 그리고 애처럼 울고있는 양아치는 저 살기 바빠 모르지만 마찬가지로 서러운 인생을 살고 있는 여주도 따라서 서글픈 울음을 토해낸다. 그렇게 저들의 한과 슬픔이 한강에 씻어내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 눈에서도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남자주인공은 네 살 많은데도 쌍욕하고 친구먹는 직장 상사인 착한 사장에게 오늘로 이 일은 끝내겠다고 퇴직선언을 하고... 지랄맞은 성격을 잘 아는 친구는 조금 갈등을 하다 그렇게 하라고 퇴직금도 주겠다는 둥 이 영화에서 다시 없을 보기 드문 천사의 캐릭터를 보여준다.(이 사장 캐릭터가 간간이 보여주는 유머가 숨막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안에서 귀한 숨통 역할을 한다.) 역시 영화는 영화다. 그래... 해피엔딩으로 가보자 싶은 희망찬 순간이었다. 조카의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하니까 일마치면 같이가자,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는 주인공...한편, 손목에 붕대를 감고 허름한 지갑에서 딸과 손자, 죽은 딸과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의 사진을 꺼내보고 있는 아버지. 이건 뭐... 일일드라마 뺨치는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여주의 동생을 데리고 일을 하러나가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가난한 가장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약해진 우리의 이빨빠진 주인공이 대충 다음에 오겠다며 나가려는 순간 싸가지라곤 개미 발톱만큼도 없는 여주의 동생이자 똘마니인 녀석이 아저씨를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아이들은 울기 시작한다. 다시 이 영화 내내 따라다니는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억지로 싸움을 뜯어말리고 돌아서 나가는 주인공에게 맞고 있던 아저씨가 날카로운 흉기로 머리를 찍어내리는데... 여기서 생각나는 속담한마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아무튼.. 뒷통수에 피를 대충 훔쳐대며 인적없는 골목길을 부하놈과 함께 걸어가던 주인공은 녀석에게 휴지가 있으면 달라고 하는데 여기서 또 한번 생각나는 속담 한마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그때까지 싸가지 없는 직장상사 밑에서 이런저런 수모와 폭력을 견뎌내며 살고 있던 못지않게 싸가지없는 부하놈은 가지고 있던 망치로 주인공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 찍는다. 자신에게 했던 모욕적인 말들을 똑같이 퍼부어주며... 달아나는 그놈의 뒷모습을 보며 주인공은 조카의 유치원에 데려다 달라는 말을 중얼거리듯 유언처럼 남기며 죽어간다. 아아~~~그럴줄 알았어...ㅠㅠ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 알았다고~ 원래 이런 영화에서 해피엔딩이란 촌시럽잖아~ 하지만...죽지않으면 좋았잖아~ㅠㅠ 모처럼 새사람이 되려고 했는데..ㅠㅠ 뭐, 죽어도 싼 놈이었지만...사실 죽어도 싼 사람이란건 없는거잖아~ㅠㅠ
그리고 아마도 몇 달 뒤, 사채업을 그만두고 고깃집을 차린 주인공의 친구가게에서 아버지, 누나, 조카, 여주가 모여 즐겁게 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나름 살아있는 사람끼리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주는 병원에서 죽은 그 사람 앞에서 오열하는 누나와 숨죽여 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잠깐 회상하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있는 그녀앞에 쇠파이프를 들고 포장마차를 때려부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건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그리고 죽은 그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하면서도 잔인한 지독한 데쟈뷰였다.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 이 돌고 돌아가는 폭력의 악순환. 끔찍함. 그렇게 찝찝하고도 찝찝한 뒷맛을 남기며 영화는 끝이났다.
이 독한 감독. 이렇게 독한 시나리오. 누구도 보고싶어하지 않는 내용을 가지고 잘도 이런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었다. 실제 대한민국에... 어쩌면 한국이 아니라도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정면으로 보게하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일 가슴 아팠던 건 아이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누구보다 사랑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부모의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가지게 되는 것이...이 영화에선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가슴아프게 반복해서 보여준다. 자신의 아버지를 사정없이 때리는 주인공과 조카의 놀란 눈이 마주치던 순간을 나는 명장면 중에 하나로 꼽고 싶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가정폭력이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알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감독이자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었다는걸... 아우~ 감독님이셨군하~~~ 연기도 잘하고 연출도 잘하고 시나리오까지!!! 뭐야, 일개 똥파리인줄 알았더니 능력자였군. 배..배신감! ㅎㅎ 외국 영화제에서 아마도 네덜란드였던가... 남우주연상 받는 동영상을 봤는데 재밌는 사람이었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유머감각있는... ㅎㅎ
왜 상을 많이 받았는지도 알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자극적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감독의 당당함과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다. 모두가 쉬쉬하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를 솔직하고 거침없이 표현한 대담함. 세계의 많은 영화인들도 그 점에 매료된 것 아닐까? 아무튼 나는 반했다. 두번 세 번 보기 힘든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다. 그래서 귀차니즘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길게 글을 써버렸다. 아, 대단한 양익준님이여~ 앞으로 나오는 영화도 기대할께엽. 나도 이런 시나리오가 쓰고싶다. 혹시라도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연출 좀.... 근데 아마 난 안될거야...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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