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1일 수요일

최근에 본 영화 네 편

최근에 며칠 사이로 영화를 몰아봤는데 역시 영화는 좋아.

나와 내 인생을 많이 돌아보게 해준 영화들이었던 것 같다.

숀펜이 주연한 [밀크]는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위대함을 깨우쳐주고 소설 원작의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 시대의 인권에 관한 문제의식을 심어주었다. [그랜토리노]를 보면서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하고 [이터널 선샤인]을 보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이란 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영화자체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 영화를 만든 사람이 관객에게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 또한 중요한 것 같다. 그 이야기가 진실하게 와닿고 감독, 작가, 배우와 관객인 내가 소통이 되면 그런 영화는 계속 기억에 남게 되는것 같다. 더 안 잊어버리기 위해 짧게 메모를....

 

 

밀크

하비 밀크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다. 몇번의 낙선 끝에 미국에서 게이로서 최초로 시의원에 당선된 자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희망을 심어주는 용기있고 긍정적이며 진취적인 하비밀크를 숀펜이 너무나 훌륭하게 재현해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하비밀크는 주변에 도와주는 동료들과 함께 게이단체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70년대의 지극히 보수적이었던 미국사회에 변화를 주도한 선구자로 게이사회의 마틴루터킹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천재와 선구자에게는 언제나 적이 있는 법.... 자세한 얘기는 스포니까 생략... 이 영화에서 숀펜의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실제 하비밀크의 동료들이 숀펜의 연설장면에서 하비가 살아돌아온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도 있다. 연설장면이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과연 그런 비화가 있었구나 싶었다. 많은 전기 영화처럼 특별히 주인공을 미화해서 그리지 않아서 좋았다. 때론 평범하고 때론 나약한 모습까지 보여주면서도 일견 평범해보이는 한 남자의 용기있는 인생에 찬사를 보내게끔 하는 영화였다.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고 진취적인 사람을 보는건 즐겁다. 그게 영화속 실존인물이라면 더더욱~ 추천추천~ 구스 반 산트가 감독한 영환데 전에 이 감독의 [엘리펀트]라는 영화를 인상깊게 봤었다. 미국십대 총기사건을 다룬영화로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환데 그 냉정한 카메라시선에 식겁한 영화다. [엘리펀트]도 볼만한 영화임.

 

 

 

마이 시스터즈 키퍼

안나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위한 치료목적으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다. 언니에게 골수, 제대혈, 줄기세포 등등을 제공해오며 단 한번도 그에 반발하지 않으며 살아왔지만 급속도로 건강이 나빠진 언니 케이트에게 신장을 이식해주어야 한다는 말에 변호사를 찾아가 자기몸의 권리를 찾겠다며 엄마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영화시작부터 흥미진진한 소재라 어떻게 이 얘기를 이끌어나갈까 결론은 어떻게 될까 고민하면서 보게되었다. 결국 안나가 재판에 이겨서 언니는 죽게될까... 동생이 마지막에 마음이 돌아서서 언니에게 신장을 주고 조금이라도 생명을 더 연장시켜주면서 눈물의 엔딩을 맞게될까... 카메론 디아즈 역의(극성엄마역의 카메론디아즈라니 이게 또 개인적으로 신선했다.) 엄마가 결국 막내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그 슬픈운명의 아이를 감싸안아주게될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영화를 보다가 나름의 반전이라면 반전일 장면이 지나고 나면서부터 눈물이~~~ ㅠㅠ 난 눈물이 많은 뇨자니까.... 아흑...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본 누군가의 리뷰에 '논쟁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건 사랑이었다'였나? 아무튼 매우 공감한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카메론디아즈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는것이 최선이라고 확실하게 말을 못하겠다.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다기보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 느낀건 지나치게 과학이나 의학에 의존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 그리고 역시 가족사랑... 새벽에 봐서 그런지 많이 울었다. 오랜만에 보는 따뜻한 영화라 추천.

 

 

 

그랜토리노

클린트 이스트우드 할아버지는 진짜 이 시대의 장인이 틀림없다. 체인질링에 이어 그랜토리노까지...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고 위하며 존중하는지 장인의 위대한 정신에 찬사를 보내고싶다.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주인공 월트는 한국전을 겪었고 부인과 사별한 이후로 자식들과도 계속 소원하게 지내며 극도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괴팍한 노인으로 터프한 할아버지다. 맥주와 개 한마리, 그가 아끼는 재산목록 1호인 그랜 토리노라는 자동차와 함께 외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월트는 그랜토리노를 훔치려했던 꼴보기 싫은 아시안 소년인 타오의 가족과 관계를 맞게 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히히호호하는게 아니라 때론 무시하고 적당히 소년을 부려먹고 가르치기도 하면서 고약한 성미를 그대로 보여주며 나름 화목하게 지내게 된다는 뜻이다. 계속 소년을 괴롭히는 아시안갱단을 패주기도 하고 총으로 위협하기도 하며 타오에겐 일도 소개시켜주는둥 그 옛날 서부영화 주인공으로 날리던 시절못지않은 포스를 보여주시며 위풍당당하게 사는 노인이지만 그의 육체도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병으로 시들어간다. 그러던 중 결국 아시안 갱단 녀석들이 타오의 가족에게 치유되지 못할 상처를 주게 되고 그는 홀로 복수에 나서게 되는데... 쩜쩜쩜.... 그에게 한국전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처이자 회한이었다. 사람들을 살해한 기억을 무거운 짐처럼 안고 살아가는 그는 아이러니하게 늘 총을 집안에 두고 살았으며 아들들에게 따뜻한 아버지도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연고도 없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얼마남지 않은 생을 알게되면서 커다란 결심을 하게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산다는게 뭔지, 죽는다는게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80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장은 이타적인 삶, 다른 사람과 어울려사는 인생을 제시해주는 것 같다. 혹자가 말하는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의 보수주의니 진보니 하는 정치색은 잘 모르겠고 역시 잘만든 영화는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는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백퍼센트 공감하기 힘든 미국정서도 분명 있었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니 인생의 숭고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터널 선샤인

학창시절 [존말코비치되기]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어렸을 때였지만 세상에 영화를 이렇게 만드는 사람도 있구나... 사람의 상상력을 영화로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구나... 싶어서 충격을 받았다. 물론 굉장히 좋은 의미의 충격으로 지금은 사실 줄거리도 잘 기억이 안나지만 좋은 기억으로 흐릿하게 남아있는 영화였다. 영화광도 아니고 딱히 영화를 볼 때 취향이라는게 없어서 이후에 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굳이 찾아보지도 않았고 기억에서 잊혀졌는데 [이터널 선샤인] 이라는 영화를 보다보니 점점.... 이 새로우면서도 낯익은 느낌은 뭘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영화 중반부부터는 아, 그때 그 감독영화구나 라고 거의 확신했다. 나중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감독은 다른 사람이고 각본이 같은 사람이었다. '찰리카프먼' 이라고. 역시~ 슬픈영화라고 잘못 추천받아서...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없이 본 탓일까... 점점 비상식적인 내용으로 영화가 진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거 뭥미? 라는 기분으로 영화전반부분은 집중을 못하고 봤다. OTL 그렇다고 다시 보고 싶지는 않고...헤헤.. 짐캐리와 헤어진 케이트 윈슬렛은 충동적이고 다혈질의 명랑한 여자로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를 찾아가 그녀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고 만다. 그 사실을 안 짐캐리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린 그녀에게 복수하고 싶어 마찬가지로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하는데 사라져가는 기억속에서 사실은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하지 않는 본심을 깨닫고 그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내용이다. ㅋㅋㅋㅋ 대박~ 완전 마음에 드는 내용이다. ㅎㅎ 영화속 대부분의 장면은 짐캐리 머릿속에 있는 기억속 장면으로 현실과 과거와 추억을 오가는 연출이 정신없으면서도 재밌고 유쾌하다. 기억을 모두 잊은 연인이 운명처럼 재회하게 되는 장면은 로맨틱하고 추억속의 연인은 아름답기만 하지만 되돌아온 현실은 그렇게 또 예쁘기만 한건 아니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누구에게나 현실이고 추억이나 기억은 그저 본인 좋을대로 해석한 것 뿐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재밌는 소재였던 것 같다. 특이하면서 신선한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지지고 볶고 싸워도 그래도 추억이 있어서 사랑이란 좋지아니한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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